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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탄다니까...관광이 아니라 여행이라믄서...
이름: dding 작성일: 2005-05-30 조회: 1,988
가이드생활이 능수능란해지기 이전의 이야기랍니다. ^^ 때는 5월의 어느날.. 외도순이란 별명에 걸맞게 저녁 10시에 외도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보통 서울에서는 손님들의 편의를 위하여 강북에서 손님을 먼저 태우고 강남에서 또한번 손님을 태웁니다. 강북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강남을 향해 출발하려 하는데 온 한통의 전화가 저를 긴장시켰습니다. "어이. 가이드~ 왜 안오는거야? 우린 9시부터 기다렸는데.. " "어~ 손님, 10시 30분출발인데요.. 10시 20분까지는 도착합니다. 강북에서 손님을 먼저 태우는데요" 이상하게도 사람한테는 느낌이란게 있습니다. 이 손님 술드셨나? 라는 생각도 잠시.. 여행가시는데 설마 많이 드셨겟나..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죠. 강남에서 타실분들은 단체 21분과 커플 4팀. 강남에 도착해서 인원체크를 하는데 막상 우르르 몰려오셔야할 단체분들이 안오시는겁니다. 전화를 한통드리니 그때서야 저쪽에서 우르르 몰려오시는 분들.. 앞에 선 분을 가만 보아하니 한손에는 막걸리통을 또 한분의 손에는 무언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겁니다. "손님~ 막걸리 차에 가지고 타실수 없는데요~"라는 말을 하는 순간 비난의 화살들이 쏟아지네요. "먼소리하는기야~ 밤새 차타고 간다고 해서 막걸리랑 홍어회랑 챙겨왔는데.. " 아뿔싸.. 전설로만 전해들었던 아싸~ 가오리 여행자들이신가봅니다. "손님 그게 아니구요. 테마여행은 음주가무는 안됩니다. 다른손님들도 계시구요. 뭔가 착오가 있었나봅니다. 죄송한데요. 술을 가지고 타시면 태워드릴수 없습니다.~ " 한분이 중재에 나섭니다. "우리가 경비낼때 물어봤당께. 먹을거 싸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싸오라고 하구.. 우린 술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니까 먹으라구 하던데.. 먼말이겨?" 회사관계자와는 연락이안되고, 출발시간은 다가오고, 뒤에는 2호차 3호차가 1호차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손님들.. 이차를 타시면 내일 아침 5시부터 움직이셔야 하니까 무조건 주무셔야 합니다. 다른건 내일 해가 떠오르면 같이 생각하시죠.. 지금 회사관계자분이랑 연락이 안되어서 저도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겟네요. 안그러면 다른곳에 가셔서 노시구요" 손님들 열심히 의논하시더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지 한분한분 차에 타십니다. 단체손님들과 옥신각신 한걸 본 다른 팀들은 뒷차에 자리가 없는지 한분한분 물어오십니다. 2호차, 3호차에 자리없냐고 물어보러 갔더니 2호차에는 에어콘에서 물이 샌다고 뒷좌석 분들이 오히려 1호차로 가겠다고 하십니다. 난리났습니다. 가이드생활도 짧은데 여기서 가이드생활 종치는구나 싶기도 하고.. 대체 어느누가 테마여행에 술이랑 먹을거 들고오라고 했는지도 궁금하고.. 저 손님들이랑 일반테마손님들이랑 궁합이 맞을런지도 궁금하고.. 그 짧은 5분간 별의별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여튼 차는 외도를 향해서 출발하고.. 어느때처럼 인사말 하고 일정표나눠드리고, 일정설명하고 서울톨게이트 빠져나가면 불을 끈다고 말씀드리니 이 손님들 또 발끈 하십니다. "먼 소리여~ 우린 밤새 춤출거라고 말했잖여. 저승가는 버스당가? 불끄고 가게?" 아.. 손님들 미리부터 술드시고 오셨으면(저녁 9시부터 모여 술드셨다고하시네요. ㅠ.ㅠ) 잠이라도 주무시지.. 태클은 엄청나게 거십니다요. 여차저차 손님들이 여기서 춤추시면 기사님은 운전정지당해서 돈도 못보시고, 저는 내일부로 짤려서 먹고살수도없다고 불쌍한 목소리로 말씀드리니 다른분들이 중재에 나서시더니 상황은 수습되었습니다만. 불끄고 가는 차안에서 손님들 주무실만 하면 "이차가 저승가는 차냐.. 왜 불을 안켜주냐고" 고장난 테잎처럼 이야기하시는 분과 여행사넘들 다 때려죽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때문에 기사님은 한숨만 쉬시고, 저는 다른손님눈치보고 음주하신분들 달래드리느라 날을 꼬박 밝혔습니다. 외도에 도착해서 식당에 이야기하여 방하나를 빼달라구 했죠. 가오리손님들께는 외도는 음주가무 안되는 섬이니 술가지고 들어가실수는 없고, 취하신 상태에서는 입장가능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1시간 30분후에는 그섬에서 나와야 하며 꼭 타고들어갔던 배만 타고 나와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를 하니 우리의 가오리 손님들 또 버럭 하십니다. "지금 머하자는 거여? 거기서도 술을 먹지 말라구? 그럼 막걸리는 어찌하고?? 이여행사 못쓰겠네.. " "그럼 손님들 외도들어가시지말구요. 이곳에서 놀고계십쇼. 2시간 30분후면 이곳으로 다시 오니까 그때 만날까요?" "먼소리여? 외도 좋다고 해서 왔구먼.. 오동도나 홍도는 다 먹게 하던데 여행사 농간 아녀?" 아.. 우리의 가오리 손님들 홍도와 오동도를 다녀오신 모양입니다. 어찌하여 따로 차를 빌리시지 않고 테마여행에 낑겨오셨나이까.. 하늘이여. 오늘 제가 무사히 집으로 갈수는 있는지요.. ㅠ.ㅠ 또 어느분이 상황수습하여 외도로 입성을 했죠. 그분들 뒤만 졸졸 쫓아다니며 사진찍어드리고 열심히 뒤에서 밀면서 다녔더니 약간은 감동도 하시더이다. "가이드언니야는 잠 언제자나? 몸도 튼튼하게 생겼는데 그래서 잠이 없나?" (아이구. 손님.. 가이드걱정하시지 마시구요. 오늘 제발 서울에만 무사히 갈수 있게 해주십쇼. ㅠ.ㅠ) 쫓아다니면서 여차저차 상황들어보니 2년을 벼르고 별러서 오신 모회사의 3교대 근무자들이시랍니다. 몇번을 다니던 회사앞에 있던 여행사가 망하고 그자리에 다른 여행사가 있길래 총대매신 분이 거기서 예약을 하셨는데 그 여행사가 이쪽 테마여행으로 보내드렸던 모양입니다. 점심도 자유식이니까 음식 싸간다는 소리에 오케이 싸인을 낸것이고, 어른들은 늘 술~ 술~ 하시니까 신참인 여직원이 그러시라구 했나보네요(안봐도 그림그려집니다. ㅠ.ㅜ) 사정이야기 듣고나니 오지랖넓은 제마음.. 가오리손님들때문에 하늘보고 한숨짓던 마음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2년만에 별르고 별러서 오셨다는 말에 또 땅보고 한숨짓습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어디여행 가셨을때, 어떤 사정에 의해서던 이리 구박받으시면서 다닌다는 생각을 해보니 막막해지는 마음.. 에구. 어찌하오리까.. 만약 그 차에 다른 손님들만 없었더라면, 기사님과 저는 손님들 술드시라고 하고, 노래도 부르시라고 하고.. 어느 휴게소라도 세워서 춤도 추시게 했을 겁니다. 개별손님들과 커플들, 친구들끼리 오신 손님도 손님이고 테마여행이 뭔지 모르고 오셨더라도 가오리손님도 손님이고.. 아. 띵가의 머리가 박살나는줄 알았습니다. 외도에서 덕유산으로 오는 차안에서 가오리 손님들 또 한말씀 하십니다. "해도 떴는데 이제 춤은 추게 해주겠지? 음악 쪼매만 켜줘~~" 아. 안되겠습니다. 가오리손님들이 아무리 딱해도 테마는 테마란 생각을 했습니다. "손님들. 죄송합니다. 이 여행이 마음에 안드시면 서울가셔서 회사랑 이야기하십쇼. 이 차에 다른분들이 타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정해진 순서대로, 법칙대로 가겠습니다. 음악 없습니다. 술도 없고, 춤도 없습니다." "이게 먼 여행이냐구.. 잠만 자라구 하고, 춤도 못추게 하고.. 술도 못먹게 하고.. 싸온음식은 어쩌라구?" "손님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만 점심이 개별식이니 그때 드시면 될듯합니다." 제말이 너무나 싸~아하게 들렸던지 가오리 손님들 할말을 잊으신듯 합니다. 마음은 아파도.. 가오리손님들이 아무리 딱해도 제가 계속 흔들리면 정말 죽도밥도 안될듯한 그런 느낌때문에 목소리에 힘주고 이야기하니 풀이 꺽이신 손님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산청휴게소 도착해서 1시간 10분(가오리손님들때문에 점심시간 엄청 많이 드렸습니다)을 드리고 기사님과 상의하니 기사님도 별수가 없겠다고 오늘일이나 잘 끝내고 무사히만 가자고 하시네요. 허기사 먼 수가 있겠습니까.. 그 짧은 시간에 막걸리도 다 비우시고, 홍어회도 다 드시고, 싸오셨던 음식들을 거의 비우셨나봅니다. 버스에 올라타셔서 불콰해서 저를 바라보시니 또 마음이 약해집니다. 기사님은 모든 환풍기를 다 돌리시고, 저는 버스지붕에 있는 창은 다열고.. 덕유산으로 향했습니다. "손님들.. 오늘은 관광이 아닌 여행입니다. 처음 생각하셨던 거랑 틀리셨서 화가 나실수도 있겠지만 부탁의 말씀 드립니다. 그냥 여행오셔서 이쁜풍경 많이 보셨다고.. 함께 하는 시간 많이 만드신다고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부탁드립니다." 가오리손님들 취해서 주무시는 그 시간에 기사님과 저는 엄청난 고민을 했습니다. 기사님도 가오리 손님들이 안쓰러우셨던지 한마디 하십니다. "테마여행이 뭔지 알고왔으면 저손님들은 안왔을꺼야. 헌데 음주가무 안되니.. 혹시 덕유산에서 곤돌라 안타고 놀거냐고 물어보고 노신다고 하면 내가 음악틀어주고 놀아드리지머. 한번 여쭤봐줘.. " 아.. 그방법도 있었군요. 덕유산에 도착해서 손님들께 이것저것 설명해드리고 곤돌라 타시는곳까지 안내해드린다고 말씀드린후 가오리 손님들께 말씀 드렸습니다. "손님들~ 상황이야 어쨌든 어제오늘 제가 계속 주무시라구만 하고 죄송했습니다. 2시간동안 여기서 노실분들은 노셔도 됩니다. 물론 술도 드시고 노셔도 되고.. 춤도 추셔도 됩니다." (사실 덕유산주차장에서 춤추는거 되는지 안되는지 그때는 그것도 몰랐고.. 나중에 알고보니 안된다고 하더군요. ^^;) 손님들 웅성웅성 의논하시더니 한말씀 하십니다. "아녀.. 그냥 곤돌란지 먼지 타고 덕유산 올라갈래.. 관광아니라 여행이라믄서.. 올라가서 가이드 언니야가 추천한 더덕주나 한잔씩 하고 내려올테니 가이드언니야는 잠자고있어" 가오리손님들께서 흘러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은 저를 깨게 했습니다. "아니여요. 이곳은 괜찮을겁니다. 저희들 내려올때까지 노셔도 됩니다." (손님들이 갑자기 왜 이러시는걸까요. ㅠ.ㅠ) "안탄다니까. 관광이 아닌 여행이라믄서.. 우리도 여행한번 했다셈친다니깐.. " 또 버럭 성질내시는 손님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이다. 손님들 곤돌라 태워 올려보내 드리고 기사님과 저는 뜨아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아마. 손님들이 가이드 짤린다는 소리에 자기네들끼리 의논한모양이지머.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잠이나 자소.. " 기사님도 한몫 거드시네요. 밤 꼴딱 지새우고, 외도 입성하여 졸졸 쫓아다니고 다른손님들 때문에 신경만 드립다 세우고 다닌 제가 불쌍해보였나봅니다. 두시간후 가오리 손님들도 일반 손님들도 불콰해져서 내려오십니다. 올라가셔서 우리의 가오리손님들이 다른손님들께 미안하다면 더덕주 한잔씩을 돌리셨다고 합니다. 앞에 타셨던 두분이 가이드석에 쪼그리고 온 저에게 1번 2버좌석을 내주시고 뒤로 가십니다. "잠자.. 우리도 잘텡게.. 여행이 먼지 알았당께.." 화장실 간다고 잠시 나와서 걸어가는 순간에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좀 더 세심하게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들과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가오리손님들에 대한 미안함이었겠죠. 서울에 도착해서 내려드릴때 손잡아 주시면서 내리셨던 아싸~ 가오리손님들.. 제가 초짜때 만나서 더 경황없이 서운함 많이 드렸을 손님들께 아직도 죄송한 마음 가지고 있는거 알고 계시나요? 한번쯤 정말로 손님들과 아싸~ 하면서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 ** 한달지난후 총대매신 분께 전화가 왔었습니다. 회사앞 여행사 가서 난리를 치니 여직원이 신참이어서 몰라서 그랬다고 했다나요. 그래서 어쩌셨어요? 했더니 그 여직원 짤릴까봐 그냥 왔다고 말씀하시는 대목에서 가이드 회사에서 짤릴까봐 그날 그렇게 봐주셨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술 엄청먹고 가이드언니야 차 타고 잠잘자고 갈께.. 라고 말씀하셨던 가오리 손님들.. 2년후에 오실건가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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