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여행
  • 기차여행
  • 숙박여행
  • 해외여행
  • 여행정보
  • 커뮤니티
제목 : <재래시장 러브투어> 장흥 재래시장과 보성차밭, 천봉산 대원사
이름: 이세나 작성일: 2005-11-20 조회: 4,110
[재래시장 러브투어] 장흥 재래시장과 보성 차밭, 천봉산 대원사에 다녀오다 벌써 11월 중순이 넘어갑니다. 아직 제대로 된 단풍놀이도 못가봤는데, 창밖엔 불긋한 단풍잎이 하나둘 무심하게 떨어지고, 발 끝에 채이는 버석버석한 낙엽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늦가을 정취라도 맛보고 싶어 발만 동동 구르는 나. 요 며칠 내내 입에선 쓴물만 물리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엔 힘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역마살이라도 낀 것일까요? 가끔씩 이렇게 여행 욕구가 치밀면 저는 보험회사에서 준 전국교통정보지도책을 이리저리 훑어보면서 제 마음을 가라앉히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 방법도 먹히지가 않습니다. 결국 일하다 말고 인터넷 여행 동호회를 뒤지고 있습니다. 앗! 한 여행 동호회에서 토요일 당일치기 여행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출발해 남도 땅 몇군데를 돌아보고 저녁 늦게 돌아오는 여행입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집니다. 고등학교 동창을 구슬려서 참가 신청을 하고, 여행경비를 주최자에게 입금하고나서 다시 한번 여행 일정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어? 재래시장 러브투어? 이게 뭐지? 우리동네 재래시장도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재래시장 러브투어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각지에 흩어져있는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예전에는 대도시 전체에 한두개 있을까 말까한 대형 할인점들이 몇 년 전부터는 한 구에 각기 이름이 다른 대형 할인점들이 서너개씩 들어섰습니다. 이렇게 대형 할인점이 빠른 속도로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우리 엄마들은 금방 그 편함에 빠져들어 지금껏 다니던 동네 재래시장에 발길을 끊고 말았습니다. 저도 가끔 엄마가 장보러 같이 가자고 하시면 “엄마! 우리 할인매장으로 가자. 장보고 나 쇼핑도 하고, 아예 저녁도 사먹고 올까? 나 영화도 한편 보고 싶은데...” 하고 졸랐으니 말입니다. 주차걱정 안해도 되고, 눈이나 비가 와도 실내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고, 일부러 가격 흥정하지 않아도 반액 세일로 유혹하는 상품들이 즐비하니까 점점 우리 재래시장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결국 정부가 직접 우리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국회는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래시장이 갖고 있는 정과 낭만과 전통은 그대로 두고 주변 환경과 시장 시설, 서비스에 일대 변신을 꾀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시장 통로를 확대하고, 주차장을 확보했습니다. 청주 육거리시장, 수원 팔달문시장, 포항 죽도시장, 증평 장뜰시장 등 각 지역 대표 재래시장부터 현대화를 꾀하면서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렸던 고객의 마음을 다시 잡고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저렴한 경비로 우리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여행, 성공할 수 있을까? 거기다가 중소기업청에서는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여행상품도 내놓고, 여행 경비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래시장 러브투어 프로젝트. 저는 운 좋게도 대전을 출발하는 재래시장 러브투어의 올해 마지막 여행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전남 장흥의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전남 보성 차밭과 천봉산 대원사도 함께 다녀오는 여행이었습니다. 볼거리 가득한 재래시장에서 그 지역 특산물을 쇼핑하며, 인근 유명 명소를 관광할 수 있는 1석3조의 재래시장 러브투어... 올해 7월부터 서울 출발 여행을 중심으로 시범 시행에 들어갔다가 전국 대도시 출발로 확대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놀랐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 반, 이른 출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120여명이 관광버스 석대에 나눠타고 함께 전남 장흥으로 떠났으니까요. 전남 장흥으로 가는 길은 차로 세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대전에서 광주까지는 고속도로로 이동하고 광주부터 장흥까지는 국도를 탔습니다. 중간에 영암 월출산을 만났습니다. 추수가 끝난 누런 논밭이 너르게 펼쳐진 남도땅에 우뚝 솟아있는 월출산이 참 아름답습니다. 드디어 점심 시간 딱 맞춰서 장흥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각설이 공연과 함께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하는 노래자랑이 한창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앉아서 흥겨워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바다와 가까운 장흥이라 시장 자판에선 신선한 수산물들이 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굴, 조개, 문어, 오징어, 각종 생선들, 지금이 한창 전어철이라 전어를 굽는 냄새도 식욕을 자극하더군요. 현대화된 건물에 들어가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고 보니 메뉴판도 없습니다. 당연스럽게 “밥 주세요.” 했습니다. 오히려 주인 할머니가 난감해하는 모습이십니다. “찌개 해줄까? 뭐해줄까?” 하고 물으십니다. 어... 반찬은 해달라는대로 해주시는건가? 저 역시 난감해하면서 주변 분들이 뭐 드시나 둘러보니 손님들은 다 주인 할머니 아시는 분들인가 봅니다. 할아버지 두분은 빨간 닭발과 함께 약주를 얼큰하게 하고 계시고, 안쪽에선 역시 매운탕을 술과 함께 드시고 계십니다. “저희도 매운탕 해주세요!” 주인 할머니께선 알았다 하시고는 밖으로 나가시더니 바로 옆 생선가게서 참게와 생선을 사가지고 오시더니 바로 매운탕을 끓여주십니다. 참게가 네 마리나 들어가있고 작은 생선도 세 마리나 들어있습니다. 조개도 한웅큼 들어가 국물이 참 시원합니다. 그런데 걱정입니다. 가격표가 없으니 얼마일지 감이 안잡힙니다. 먹기도 전에 얼마냐고 물어보기도 죄송스럽고 해서 일단 맛있게 먹습니다. 친구랑 저랑 말도 안하고 열심히 국물을 떠넣기에 바쁩니다. 그 사이에 시장 한가운데에서는 풍물패가 흥겹게 장단을 맞추고 중간에 고수(북 치는 사람)를 맡은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니 막걸리 한사발 쭉 들이키시고 나가십니다. 싱싱한 참게 매운탕을 국물까지 다 먹고 얼마냐고 여쭤봅니다. “얼마예요?” “만육천원~” “에이~ 천원 깎아주세요!” “그러시구랴~” 주인 할머니는 깎는 맛 느껴보라고 일부러 그렇게 값을 부르셨나봅니다. 만오천원 손에 쥐어드리고나서 이리저리 마저 둘러보고 버스에 오릅니다. 가을하늘빛보다 더 푸릇푸릇한 녹차밭으로... 장흥 재래시장을 뒤로하고 보성 차밭으로 향합니다. 보성 차밭이라고 하면 대한다원이 가장 크고 오래됐다고 하죠. 우리가 찾아가는 곳도 대한다원입니다. 차잎 수확철인 4,5월엔 관광객도 많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 정신이 없다고 하는데, 11월엔 좀 여유롭다고 합니다. 주차장에서 차밭으로 올라가는 길은 삼나무들이 심어져있습니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 남이섬의 메타쉐콰이어길, 부안 내소사 전나무길과 함께 아름다운 산책길로 손꼽는다고 하던데, 하늘과 맞닿은 삼나무길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올라가니 산 전체가 짙푸른색입니다. 굽이굽이 차밭이 눈 앞에 펼쳐져있습니다. 차밭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산책로마다 어떤 CF가 찍힌 곳, 어떤 드라마 촬영장소 라고 표시가 되있습니다. 정말 낯익은 풍경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정작 차밭의 방대한 규모에 놀라 두근거리고, 제 코는 차나무에서 뿜어져나오는 향기에 매료되있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차밭을 돌아다니다가 매점에 들어갑니다. 녹차 말고도 녹차쿠키, 녹차라떼, 녹차생면 등 다양한 상품들이 마련되있습니다. 매장 한편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운치있게 마련돼있습니다. 천원을 내면 올해 첫 수확한 어린잎으로 만든 작설차를 맛볼 수 있습니다. 티백을 하나 넣으면 세 번 정도 우릴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달고, 두 번째는 은은하고, 세 번째는 진한 맛이 우러납니다. 러브투어의 마지막 코스, 대원사로 향하다 이번에는 천봉산 대원사로 이동합니다. 오늘 재래시장 러브투어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서 피곤하긴 하지만 코스마다 특색이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다니고 있습니다. 천봉산 대원사는 서기 503년(백제 무녕왕 3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백제 고찰입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같이 외침 속에서도 꿋꿋하게 남아있던 절이었지만 여순반란 사건때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고 이제는 극락전만 하나 남아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원을 받아 옛 건물을 복원하고 있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대원사는 태안지장보살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어머니 자궁에서 성장하는 태아의 영을 태아령이라고 부르며 태아령의 천도를 위한 지장보살을 태안지장이라고 합니다. 태안지장보살상 주위에는 빨간 모자를 쓴 아기불상이 많은데 이는 태아령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새로 태어날 아기들을 축복해주고, 또 안타깝게 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간 태아령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절로 유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원사 주차장 윗편에 지어져있는 티벳박물관에 들렀습니다. 티벳의 사원처럼 꾸며진 박물관 안에는 대원사 주지인 현장스님이 티벳과 중국, 몽골 등지를 15년간 순례하면서 수집한 불상과 경전, 만다라, 민속품 등의 자료가 전시되있습니다. 지하 1층에 저승체험실이 꾸며져있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대원사와 티벳박물관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니 저녁 6시입니다. 해가 짧아져 벌써 어둑어둑합니다. 아름답던 남도땅도 어둠이 내려 하늘의 별빛만 보입니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기사님은 전남 보성에서 남원으로, 남원에서 다시 전북 장수까지는 굽이굽이 국도를 타고 올라가 거기서 고속도로로 접어듭니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잠시 산바람만 쐽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대전에 도착하겠지요. 우연한 기회에 재래시장 러브투어를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내년엔 더 다양한 코스를 개발해서 다시 투어가 시작된다고 하니 주위 지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욕심도 생깁니다. 러브투어, 내년에도 함께 할 수 있기를... 저의 기억 속의 옛 장터가 생각납니다. 시장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장 찾기를 해보니 가납시장 이라고 불리네요. 외가가 있는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의 오일장이죠. 여름방학때 외가에서 놀러가면 수확한 부추가 마당에 한가득이었고, 외숙모들이 총 동원돼 부추를 팔기 좋게 단으로 묶어서 장날에 팔러 나갔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이것저것 먹을 것 많고 구경할게 한가득이었던 장날이 너무 기다려졌었는데... 앞으로 정부의 지원과 상인들의 노력을 통해 정과 편리함이 함께 하는 재래시장이 우리 곁에 찾아오기를 기대합니다. ## 우리 3호차의 멋진 가이드이신 윤현수 님께서 놀라운 균형 감각으로 달리는 차속에서 오전, 오후 내내 해주신 여러 설명들이 제 후기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감사드려요~ ## ## 후기 잘 남기면 좋은 일이 있다고 그래서... 장장 세시간에 걸쳐서 후기 정리 했어요. 이뻐해주세요. ^^ ## ## 제 생일이 1월 1일이라 해운대 선상일출 여행에 혹하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까지 예약해야하나요? 전 프리랜서라 여행 바우처 지원도 안되공... 흑흑! ##
댓글 tori 2005-11-21 정말 멋진 후기이네요^^; 좋은 일이 있길 빌어봐야겠습니다..1월1일 해운대는 빠른 시일내로 하셔야 할거예요^^ 연락주세요~~ 삭제
NAME MEMO PASSWORD
COMMENT
이전 다음 수정 삭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