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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외도(外島)로 떠났던 2008년 새해 일출 여행
이름: 김헌수 작성일: 2008-01-02 조회: 3,961
2007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밤 11시 반 대전을 떠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려 처음으로 휴식을 취한 덕유산휴게소. 엊그제부터 내린 눈이 호남지방에 집중되었음을 주차된 차량 위에 하얗게 쌓여 있는 눈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무자년 새해를 맞은 덕유산 휴게소의 모습은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1월1일 새벽 1시. 약하게 날리는 눈발 속에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늘어선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무척 춥게 느껴졌습니다.


혹시라도 부닥치게 될지도 모를 교통 체증과 강설에 대비하기 위해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한 탓인지 거제시 장승포항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50분경. 예약해둔 식당에서 떡국으로 아침을 먹기로 예약해 둔 5시까지 일행들이 차 속에서 잠을 청하는 동안 장승포항의 야경을 담기 위해 삼각대를 챙겨 칠흑 [漆黑] 같은 어둠속에 홀로 섰습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강추위 속에서 새벽 4시경의 바닷바람까지 맞으며 야경 촬영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아름다운 자태와 함께 어우러진 포구의 야경을 담아 낸 후의 만족감은 바로 즐거운 사진생활을 취미로 가진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겠지요.


뜨거운 떡국으로 추위와 허기를 메운 후 가까운 와현항에서 6시반에 유람선에 올라 약 15분간에 걸친 뱃길, 그리고 외도 선착장에서 전망대까지의 10 여분의 시간. 외도전망대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침 7시 35분 19초. 일출 시간이 되었건만 해안선을 따라 짙게 드리워진 구름 탓에 새해의 첫 태양을 만나지 못하는 조바심으로 전망대를 메운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합니다.


아침 7시 43분 8초.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강추위와 싸우며 새벽의 어둠을 뚫고 달려온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짙은 구름 속에 몸을 숨기던 태양이 구름 사이로 빛줄기를 내뿜기 시작합니다.


7시47분 12초. 구름 속에 숨어 감질 나는 빛줄기만 뿜어대던 무자년 새해의 첫 태양이 갑자기 구름을 뚫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하늘을 찌를듯한 힘찬 함성이 천지를 뒤흔듭니다. 새해의 행복을 비는 간절한 염원이 깃든 함성입니다.


구름 속을 뚫고 나온 붉은 태양은 온누리를 고루 비춰줍니다. 에메랄드 빛을 뽐내는 남해의 맑은 바다 위에도, 차디찬 해풍을 이기며 바위 틈에 터를 잡은 소나무에도, 남해 바다 작은 섬인 외도에도...


새해 첫 태양을 만난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오직 희망만이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큰 희망과 새벽을 달려 먼곳까지 달려온 그 열정들을 한 해동안 내내 간직한 채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곳 외도에 둥지를 틀고 사는 까치도 새해 소망을 비는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새벽 어둠이 가시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면서 아름다운 작은 섬 외도의 모습이 하나씩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작은 건물 하나까지도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을 지닌 아름다움이 여행객들의 피로를 덜어줍니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 어울리게 많은 열대식물들도 연말을 맞아 엄습한 강추위에 얼어붙은듯합니다. 오늘 떠 오른 새 희망의 태양이 얼어붙은 식물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리라 여겨봅니다.


남쪽 지방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려운 동백나무들도 이제 한참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거제도의 해안도로에는 아름다운 동백꽃이 군락을 이루는 곳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맑고 푸른 바다는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가까운 서해 바다를 마다하고 멀리 남해 바다까지 찾어온 보람을 느낄 정도로 깨끗한 바다 색깔입니다.


타고 온 배를 이용 해 다시 나가야하는 외도의 특성상 한 시간 반 내지 두 시간밖에 머무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아침 9시경 외도를 떠나야했습니다.


외도를 떠난 유람선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멀리 보이는 해금강을 향해 힘차게 푸른 물결을 가릅니다. 차거운 겨울 바람과 간간이 얼굴을 때리는 바닷물이 살을 에이는듯 하지만 그 때문인지 기분은 더욱 상쾌해지는듯 합니다.


해금강의 일부인 사자 바위 모습입니다. 이곳 해금강 절벽에는 동백 ·구실잣밤 ·풍란 ·석란 ·박쥐란 등의 초목이 자라고 있으며, 속칭 서불과차(徐市過次)라 하여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방사(方士)인 서불(일명 徐福)이란 사람을 보냈다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동굴입구가 너무 좁아 날씨가 왠만큼 좋지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십자동굴입니다. 30 여년 전 이곳의 아름다움에 취한 일본인이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여 구입코자 했으나 마을 공동 소유인 섬은 팔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와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내려 동백꽃이 군락을 이루는 해안도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이었습니다. 이곳에 TV 드라마인 회전목마,순수의 시대,로망스 등, 그리고 영화 종려나무 숲 등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바람의 언덕이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도장포 포구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찬 겨울 바람마저도 훈훈하게 느껴질 정도로 확 트인 전망이 지난 한 해 동안 마음 속에 찌든 때를 모두 씻어내듯 시원하게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새해 첫 출어를 나가는 어선의 활기찬 모습 또한 보는이들의 마음에 희망을 품게 해 줍니다.


출어 준비를 끝내고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어선의 모습이 마치 예쁘게 단장하고 시집갈 때를 기다리는 새색씨를 보는듯합니다.


일찍 출어를 나갔던 이 배는 만선의 기쁨을 안고 포구로 돌아옵니다. 자그마한 어선은 대부분 이 배처럼 부부가 같이 출어를 나가는듯합니다. 이 부부에게도 일년 내내 좋은 일만 있기를 빌어봅니다.


바람의 언덕 위에 놓인 벤치에 오랫 동안 앉아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지라 아쉬움을 남긴 채 바람의 언덕을 뒤로하고 거제도를 떠나는 차량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후 1시 경. 지난 밤을 뜬 눈으로 새운 채 새벽 5시에 떡국 한 그릇을 먹은 탓인지 구거제대교를 건너 자리한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는 그 느낌이 임금님의 수라상을 대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도중 잠깐 휴식을 취한 함양휴게소에는 '물레방아 골'이라 불리우는 함양군의 상징물인 물레방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1729년 (英祖5) 함양부(咸陽府)로 승격되기도 했던 함양군. 지리산 계곡의 첩첩산중인지라 조선 시대까지만해도 귀양지로 많이 알려졌던 곳이지요. 그런 지리적 여건이 오늘날에는 자영 경관이 빼어난 관광지로 한몫을 하게 된 것이겠지요.


이곳 함양을 지나면서부터는 날씨도 눈에 띄게 추워지게됩니다. 따뜻한 남쪽에서 추운 북쪽 지방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해야겠지요. 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산 위에 덮인 하얀 눈으로도 남과 북의 기온차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추운 지방으로 간다는게 내키지는 않지만 내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으로 마음 속이 따뜻해지기 시작합니다.
댓글 미란C 2008-01-10 다시 한번 그때가 생각나네요.. 작품 잘 보고 갑니다. 음악도 너무 좋아요. 삭제
댓글 토토투어 2008-01-03 선생님의 사진속에서 무자년의 계획을 희망으로 채우려합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담에 또 뵐께요.꼭꼭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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