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땅끝 마을에 자취를 남기며..
이름: 김재권
작성일: 2005-08-10
조회: 3,677
7월 어느 날!! 8월의 여행을 계획하며 기뻐했던 우리에게 이번 여행은 정말 뜻깊은 여행이
었다. 만난지 3달여 되어가는 우리에게 쉴 새 없이 바빴던 하루하루의 모든 일상을 잊고 우
리 둘만 생각하자며 계획했던 여행이었지만 그저 순탄하게 일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1박
2일의 예정되었던 "남해여행"이 인원부족으로 불발되면서 웃지 못할 나의 "각서사건"도 동시
에 무색해졌고 당일 혹은 무박을 주장했던 여자친구는 자신의 주장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처음 가는 여행이기에 더 설레여서였을까? 2틀을 꼬박 말다툼을 한 후에 결국 조금의 양보
를 약속하면서 무박 2일 해남을 가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나이에 정말 챙피한 일
이지만 여행이라는걸 대학교 때 가보고는 처음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행 전 무얼 준비해
야하는지 어떤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친절한 가이드 선생님과 여
우(?)같은 여자친구 때문에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여행 당일 오후 10시 40분 쯤, 회사 회식 때문에 다소 불안불안했던 여자친구와 교보빌딩
도착! 여행 도중에 떠오르는 느낌들과 가이드선생님의 설명을 메모하려 준비한 수첩에 출발
직후의 느낌을 메모하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두 개의 일과 내 개발을 위
한 공부를 하면서 보내온 빡빡한 일상들을 뒤로한 채 오로지 휴식과 여유를 위해 떠나는 여
행! 무척이나 뿌듯해서 밤새 이야기를 할 줄 알았던 바로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
리는 곧장 각자의 꿈나라로 향했다.
새벽 4시 40분 쯤, 드디어 여행의 심지에 불이 붙었고 우리의 행복한 하루의 여행의 종지부
를 위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20여 분 산에 올랐을까? 해돋이 전망대가 보였고 어두운 적막 사이로 보이는 소수의 인파들
은 떠오르는 해를 향해 큰소리로 외치기라도 하려는 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이
른 시간이어서인지 집합 시간이 다 되어가도 해는 뜨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조금은 실망스럽
게 산을 내려왔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산 위로 붉은 태양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 "자!! 조용히 조용히 태양을 보면서 우리 소원을 한 가지씩 빌자". 눈을 감고 조용히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그녀의 얼굴은 싼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순
진무구해 보였다.
아침 식사 후 해신 촬영지로 이동!! 솔직히 민망한 얘기지만 우리는 해신을 한 번도 본 적
이 없는 그야말로 여행 사전 지식 빵점인 여행자들이었다. 이동간에 잠깐씩 가이드 선생님
이 설명을 해주셨지만 초보 여행자인지라 내 귀만 빼고 전달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여행보
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만큼 짜임새 있고 좋았던 여행과 경중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오전 구계등까지의 일정을 마친 후 점심 식사를 하고 마지막 여행지 대흥사로 향했
다. 대흥사를 생각하면 가이드 선생님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여러분 절에 가는 것은 문화
재를 감상하러 가는 겁니다. 어떤 부모는 자식에게 그 곳에 악마가 산다고 가르쳤나 보더군
요. 절대로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아직은 문화를 보는 우리의 시각과 사고가 덜 성숙해
서인 듯 싶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며 가이드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되새기는 그녀를 보면서 문화를 바라보는 내 자신이 꽤나 부끄러웠다.
절대로 절대로 악마가 살지 않는 "대흥사"에서, 세상에 산이라면 죽어도 안타려는 나인데
정말이지 여자친구가 대단한건지 여행이 대단한건지 "찍"소리 한 마디 못하고 열심히 올랐
다. 부끄럽지만 산이 주는 여유와 정적, 웅장함을 그 곳에서 처음 느껴봤다. 산은 내게 어
릴 때 밤따러 한 번 들어가면 온 몸이 긁힌 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어깨에는 남산만
한 베낭을 짊어지고 가방 한 가득 담겨진 밤과 열매를 마루에 단 번에 쏟아내는 쾌감(?)을
주는 그저 노동의 대가였을 뿐이었다. 그런 산이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니 그 좋음은 이
루말할 수가 없었다.
대전 도착!! 여행이 또 취소될까 혹여 비는 오지 않을까? 얼마나 걱정을 했었던가! 다행히
도 대전에 거의 도착해서야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를 보며 "우린 정말 운 좋은 사람들이
야"라고 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난다.
무박 2일의 짧은 여행!! 단 하루의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한 달 전에 여행을 떠났었던
듯 싶다. 몇 년만에 누릴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에 얻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것을 얻을 기회를 준 토토여행사에 너무나 감사함을 느끼고 끝까지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신 가이드 선생님과 장거리 운전에도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조
금의 틈도 보이시지 않았던 기사님께도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게 이런 여행
의 기회를 주고 가장 보람있는 하루를 선물해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사랑할 사람에
게 너무나 고마움을 느낀다. 조만간 한 번 더 가자고 여자친구를 조르지 않을까 싶다.
댓글 |
김재권 2005-08-10 |
ㅎㅎㅎㅎ 수정했습니다~~~~ |
삭제 |
댓글 |
토리 2005-08-10 |
참 예쁜 커플이더라구요^^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
삭제 |
댓글 |
토리 2005-08-10 |
대흥사였어요^^; 제가 선운사얘기를 좀 해서 착각하셨나봐요^^ 해남에 있는 대흥사였답니다^^ |
삭제 |